[류호선] 긴장이 풀리는 4월   2016-04-04 (월) 10:38
관리자   1,999


160404_essay_ryuhosun.jpg


 

학교가 가장 정신없는 3월이 지나갔다. 정말 다행이지 싶다. 시간이 흘러 3월이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한해 매달이 3월과 같다면 교사들은 쉬이 지쳐 나가떨어지지도 모른다.

 

새 학기 새 반 모든 것이 새롭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새롭다는 반면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크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 역시 새로운 인연 앞에서는 떨리고 설레고 그리고 시작이 쉽지 많은 않다는 것을 밝힌다.

 

이제 서로가 알아가는 시기가 지나가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이다. 봄이 왔다. 봄이 오면 또다시 교사들은 마음 졸이기 시작한다.

 

올 봄에는 큰 사고 없이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지나가야 한다!’

 

안전사고 하나만 나도 모든 책임은 그 교실 안에 있는 교사에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교실에서 넘어져서도 안 되고 멍이 들어서도 안 되고 슬쩍 긁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쉽게 멍도 들고 긁히기고 하고 상처가 난다. 어찌하랴. 상처가 나면 딱지는 앉게 마련이니 이건 슈퍼맨이 찾아온다 해도 과연 막아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는 4월이 되면 강조에 강조 그리고 또 강조하는 게 안전 바로 몸조심이다.

괜히 선생님이 소리 지르면서 뛰지 말라고 하고, 한 눈 팔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엄해서도 아니고 질서와 규율이 제일이어서가 아니다. 뛰다 보면 부딪히고, 부딪히면 다친다. 신기하게도 복도에서 뛰다 넘어졌는데 이가 부러지기도 하고 팔이 부러지기도 한다. 물론 다친 아이가 제일 아프고 속상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부모나 교사 역시 가슴 쓰리고 속상하다. 왜 하필 이가 그것도 영구치가 부러져서 이다지도 가슴이 타는지, 왜 하필 하고 많은 자리 중에 그 자리였는지, 왜 하필 우리 반 아이였는지, 왜 하필 나는 그때 복도에 없어서 아이들 구하지 못했는지, 정말 잠 못 드는 밤이 된다.

 

물론 항의 전화도 받는다. 복도 바닥이 단단해서 그렇다. 선생님이 아이를 잘 지도하지 못해서 그렇다. 학교 관리자 역시 교사에게 왜 그런 일이 생기게 했느냐 몰아세우면 할 말이 없다. 나도 묻고 싶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말이다. 이래저래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갖은 비난을 맞고 나면 온몸이 고슴도치처럼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학교 복도 바닥에 솜이불을 전부 깔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솜이불을 깔아 놓는다 해서 아이들이 과연 하나도 안 다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닐 것이다. 선생님 하나가 반 아이들 모두를 동아줄로 꽁꽁 동여매고 다닐 수도 없다. 쉬는 시간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화장실로, 급수대로, 운동장으로, 도서관으로, 과학실로 움직이는데 그 모든 아이들을 따라 다니려면 손오공의 분신술로도 부족해 보인다. 아이들은 손오공만큼 빠르고 기운이 넘친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은 무조건 1교시에 체육시간을 넣어 하루 내내 쓸 기운을 좀 빼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회복력은 순식간이여서 1교시 내내 축구하고 들어와도 금방 쌩쌩해진다. 불행히도 기운 빠지고 지치는 것은 선생님 하나 뿐인 것 같다고 했으니 그도 묘수는 아니었다.

 

물론 교실에서야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지만 사고는 자칫 한순간이다. 장난으로 발을 걸고 슬쩍 민다는 게 그만 모서리에 넘어지고 마는 경우 정말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아이들 모두에게 안전제일 노란 안전모를 씌워 놓고 의자에 묶어 두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3월이 지나갔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아이들은 익숙해졌고 친해졌고 그리고 한껏 들어간 긴장이 풀렸다. 봄바람도 살랑 불어오기 시작한다. 아이들 역시 봄바람 맞은 나비처럼 팔랑팔랑 여기저기 찾아온 봄기운을 만끽한다. 바로 이때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부러지고 찢어지고 다친다.

 

아이언맨 옷이라도 빌려다 입히고 싶은 4월이다. 학교에서는 모든 선생님들이 최대한 노력 할 것이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집에서도 매일 매일 소리쳐 주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두드리기 전에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얘들아 다치지 말자. 한눈팔지 말자. 차 조심, 길 조심, 개 조심, 벌 조심! 놀러 나갔다가 지나가는 벌에도 기어 다니는 뱀에도 물리지 않고 안전한 4월이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란다.

 

150520_profile_ryuhosun.jpg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조민영 16-09-10 16:41
답변 삭제  
현직 초등 교사로서 공감하고 갑니다^^

이전글이 없습니다.
[고윤영] 기대만큼 큰 두려움, 새 학기 증후군 
 
 
  • 오늘
    359
  • 어제
    851
  • 최대
    3,459
  • 전체
    543,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