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수업, 미래교사 -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 플립트 클래스룸)’ - 이해영 선생님과의 만남   2014-12-23 (화) 17:03
관리자   8,361

 
 
 
 Interviewer   김 명 진
 
   21세기의 시작 전후부터 산업화 시대에 효율적으로 산업 역군을 키워 내기 위해 고안된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의 폐해에 대해 줄기차게 논의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가르침’이 곧바로 학생의 ‘배움’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어떻게 학습의 주체인 학생들의 ‘배움’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왔지요. 소담소담에서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교실 풍경 역시 그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교수-학습 방법 중 하나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던 공부(강의 듣기)와 집에서 하던 공부(과제 및 활동)를 뒤바꾼(flipped) 형태입니다. 이러한 학습 방법은 2007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중입니다. 이번 소담소담에서 우리가 만날 선생님은 바로 이러한 수업 방법,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을 고등학교 수학 교실에서 실천하고 계시는 이해영 선생님입니다.
 
   이해영 선생님은 교사로 11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쳐 오셨는데, 현재 경기도 나루고등학교에서 2학년 문과 수학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작년에 어떤 기회로 플립트 러닝(거꾸로교실)을 접하시곤 그 매력에 흠뻑 빠지셨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발상을 뒤집은 수업 방식-거꾸로교실-에 대한 이야기 시작해 볼까요?
 
 
 
‘거꾸로학습(flipped learning)’,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이란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해 그동안 수업 시간에 했던 것을 집에서 하고, 집에서 과제로 해결하던 것을 수업 시간에 하는 거예요. 교사가 다음 수업 시간에 배울 내용을 담은 동영상 강의를 올리면, 학생들이 집에서 그걸 보고 오는 거죠.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교사의 강의 없이,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하는 거예요.
그런 수업의 형태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미국의 콜로라도 주 고등학교 화학 교사였던 조나단 버그만과 아론 샘즈가 창안한 수업 방식인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올봄 KBS에서 방영된 ‘21세기 교육혁명 - 미래교실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예요. 다큐멘터리는 2013년 8월부터 부산 동평중학교와 서명초등학교 등에서 실시된 ‘거꾸로교실’ 실험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에요.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니고 선생님은 실험 참가자도 아니신데, 어떻게 거꾸로교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수학 교실의 일반적인 풍경, 짐작되시나요? 한 학급이 40명이라면, 그중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오는 아이들은 10명 정도나 될까요? 저는 학교 교사가 되기 전부터 계산하면 거의 20여 년 다양한 곳에서 중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쳐 왔는데, ‘수학’이라는 과목이 그래요. 요즘 많이들 하시는 ‘모둠학습’, ‘짝 학습’ 같은 걸 적용해 보려고 해도 정해진 시간 안에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압박이 늘 발목을 잡죠.

‣ 경기도 화성 나루고등학교에서 수학과목을 지도하시며 교수학습부장으로 일하시는 이해영 선생님이십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당찬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우리 교육에 대해 대한 선생님의 크고 진솔한 열정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이 들려주신 생생한 경험담과 수업 적용사례를 통해 거꾸로교실의 가능성과 저력을 실감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랑 별 차이가 없네요. 저는 여고를 다녔고 거기다 문과였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스스로를 ‘수포자’라 부르며 수학을 포기했었죠.





 
맞아요. 학교 교사가 된 지는 이제 11년째인데, 변함없이 그래 왔어요. 고등학교 수학이란 게 사실 다 거기서 거기고, 한 시간 꽉 차게 칠판에 문제 풀이하고 나오면 ‘이 수업도 최선을 다했다.’ 이런 느낌 들고요. 특히 아이들 몇 명이라도 수업 시간에 대답도 해 주고 그러면 ‘내가 오늘 수업을 잘했구나.’ 이렇게 평가하곤 했죠. 그렇게 위안 삼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에 교수학습지원부를 맡게 되면서 수업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좀 더 본격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게 됐어요. 이대로 수업해도 괜찮은가? 정말 이런 강의식밖에는 방법이 없나? 그런 고민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러던 차에 수석 선생님께서 수업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게 ‘거꾸로교실’에 대한 거였어요.

 
국내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업 방법인데, 동영상만 보시고 이렇게 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또 바로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동안 ‘진도’ 때문에 고민해 왔던 지점을 동영상 강의가 해결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만 앉아서 문제를 푸는 저를 쳐다보는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는 걸까 회의도 들었으니까요. 제가 괴로웠던 거죠. 그래서 어떤 방법을 시도하든지 강의식 수업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만약 이 방법도 아니라면 다시 강의하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죠. 그 때문에 좀 더 쉽게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정말 잃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고나 할까요?(웃음) 그런데 거꾸로교실 첫 시간에 짜릿한 감동을 느끼게 된 거죠.




구체적으로 거꾸로교실에서, 거꾸로학습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가장 먼저 수업을 계획한 후 제가 10분 가량의 동영상 강의를 녹화해요. 주로 익스플레인 에브리씽(Explain Everything)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나 노트북의 오캠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제 얼굴이 동영상에 직접 나오지 않게 칠판의 필기와 목소리만을 담을 수 있어서 저한테는 안성맞춤이에요.

 
그렇게 만든 동영상을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그 동영상을 보면서 다음 수업 시간의 학습 내용을 먼저 공부하는 거군요. 그럼 수업 시간에는 무얼 하나요?



 
바로 그 부분, 수업 시간에 하게 되는 활동이 ‘거꾸로교실’의 포인트예요. 저는 교과서를 기본으로 한 장의 학습지를 만들어서 나누어 줘요. 이 학습지는 교과서와 같은 내용의 빈칸 채우기 문제, 개념 이해 문제, 예제·필수 문제, 플러스 문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4명씩 모둠을 이뤄 이 학습지를 해결해요. 물론 학습지가 아니라 외우기 활동 같은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있지만요.


‣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선생님, 실천해 보고 싶은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미래교실네트워크’ 홈페이지입니다. (www.futureclass.net) 거꾸로교실에서 활용한 동영상을 등록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수업활동과 자료를 나눌 수 있고, 연수 및 모임과 관련된 정보를 얻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때 선생님은 문제를 풀다가 어려워하는 학생을 1:1로 도와주시는 거겠네요? 아무래도 선생님 혼자 40여 명 학생들을 감당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특히 과목이 수학이라면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수집가’들과 함께 그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어요. ‘수집가’는 학생들이 직접 붙인 이름인데, ‘수학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라는 뜻이에요. 한 학급에 수집가가 네 명씩 있어요. 아이들이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게 생기면 언제든지 저나 수집가를 부를 수 있죠. 수집가는 스스로 지원한 아이들인데, 이 친구들은 15분 정도면 그날 배울 내용을 거의 이해하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다른 친구들의 공부를 돕는 활동을 하면서 이해를 더 완벽하게 하게 되죠. 가르치는 게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니까요. 또 몇 개월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점점 모둠 안에서도 ‘수집가’ 같은 역할을 하는 친구들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수준별로 모둠을 구성하기보다 친한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구성하게 하거든요. 동영상을 보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따로 모둠을 만들어 수업 시간에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모둠이 이루어지면 더 활발하게 아이들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일어나더라고요.

 
그럼 수업 시간에 주어진 학습지를 해결하면서, 아이들은 줄곧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을 반복하는 거네요. 그렇게 학생들이 각자 문제를 해결한 뒤에 채점 등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없나요?



 
물론 해야죠! 학습지에 대한 풀이는 수업이 끝난 후 별도로 제가 업로드해서 각자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또 저는 아이들에게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그 수업에 대해 수학 다이어리인 ‘수다장’을 짧게 쓰게 해요. 수다장은 수업 시간에 배운 요점과 자기 생각을 간단히 적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이 이름도 아이들이 직접 지은 거예요. 수업이 끝난 후, 제가 이 수다장을 매일 읽으면서 아이들의 수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해요. 이렇게 수다장을 쓰면서 ‘거꾸로교실’ 한 수업이 끝나는 거죠.

 
아까 모둠으로 학습지를 풀이하는 외에 다른 활동도 하신다고 했는데,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외우기 활동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수학 시간에 특별히 암기해야 할 내용이 생기잖아요. 이걸 활동으로 구성한 거예요. 20분~30분 동안 모둠별로 암기를 하도록 한 다음, 다른 모둠 아이가 와서 질문을 하면 내용을 설명해 주도록 하는 거예요. 맞게 설명했을 때 스티커도 붙여 주고요. 교사인 저의 개입이 없이 순전히 학생들끼리만 주고받는 활동이죠. 고등학생들이 하기에는 좀 유치할 수도 있는 활동인데도,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게 외우고 질문하고 설명하는지 몰라요. 고등학교 문과 수학 시간에 아이들이 종소리를 못 들을 만큼 집중해서 열심히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모습, 상상이 되세요?(웃음)

 
정말 놀라운 광경이에요! 그렇게 다양한 활동을 직접 하면서 학습 내용을 익히는 것이 ‘거꾸로교실’의 핵심이 되는 거네요.




강의식으로 수업할 때와 비교할 때 학생들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고등학교 문과 수학 시간인데, 놀랍게도 아이들이 스스로 수학 문제를 풀어요! 그것도 열심히 풀어요! 거기다 모르는 게 있으면 서로 물어보고, 가르쳐 주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요! 거꾸로학습을 시도한 첫 날, 그저 학습지 하나 던져 준 것뿐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고 저는 정말 소름이 끼쳤어요. 물론 미리 동영상을 주기는 했지만요.

 
멍하니 선생님이 문제 푸는 걸 보고 있던 학생들까지 나서서 직접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신 거군요? 아이들은 스스로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수업을 마친 후에 쓰게 하는 수다장에서 아이들이 ‘수학이 재밌다!’, ‘문제를 풀었는데 풀리니까 정말 신기하다.’, ‘수업이 즐거웠다.’ 이런 내용을 많이 써요. 각자 풀 수 있는 문제의 난이도는 다르지만, 그동안 포기했던 아이들까지도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성취감을 느낀다는 게 이 수업 방식의 큰 장점이에요.
그렇다면 학업 성취도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나요?





 
아직 오랜 시간 데이터를 쌓은 게 아니라서 신뢰도가 높다고 하긴 어렵지만, 성적도 올랐어요. 2학년 2학기쯤 되면, 수학을 아예 포기한 아이들이 많아지는데 수업 시간에 개념부터 착실하게 다루다 보니 포기하는 애들도 줄었죠. ‘선생님, 제가 수학 시험지를 풀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들이 생겨난 거죠. 그동안은 대충 찍고 엎드려 잤던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나름 열심히 한 과목이니까 풀어 볼까? 하고 결심하고, 문제를 푸는데 진짜로 풀리는 문제가 있으니까 즐거운 거죠. 물론 모든 아이들이 성적이 오르지는 않아요. 분명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죠.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거꾸로학습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강의식 수업을 해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모둠을 지어 공부를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가 부각되거나 하진 않나요?







 
오히려 아이들끼리 더 친해지는 것 같아요. 또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 친구들도 다른 아이들과 점차 가까워지기도 하고요. 아무리 친한 아이들끼리 모둠을 만든다 해도 더 친한 애가 있고 서먹한 애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모둠끼리 늘 모르는 걸 물어보고 가르쳐 주기를 반복하다 보면 점차 서로에 대해 믿음도 생기고 고마움도 생기고 그러나 봐요. 어떤 학생의 경우는 강의식 수업을 할 때 집중해서 듣던 아이였는데, 가만히 저를 보고 있을 뿐 적극적이거나 하진 않았어요. 얼굴에 표정도 별로 없고, 잘 웃지도 않던 아이였고요. 그런데 거꾸로학습을 한 지 좀 지나서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옆 친구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자기한테 물어보지 않아서 고민이라고요. 그래서 제가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가르쳐 줄 수 있도록 유도를 조금 해 줬어요. 그 이후로 지금은 다른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고, 농담도 주고받고,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웃음을 보이기도 해요.

 
혹시라도 이전에 학업 성취도가 높았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강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진 않나요?





 
내신 1등급인 한 친구는 다른 어떤 아이보다 더 열심히 친구들을 가르쳐요! 아주 열변을 토할 때도 많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른 선생님들이 제가 운이 좋다고들 하세요. 최상위권 학생 중에는 다른 아이들을 자기가 왜 가르쳐야 하냐고 하는 아이들도가끔 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 최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교실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한두 아이만을 위해 수업 전체를 디자인할 수는 없는 거죠. 어떤 방식으로든 교실의 학생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교사 역할이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친구들에게 ‘나, 이거 안다!’ 이렇게 자랑하는 걸 즐기는 아이들도 많아요. 가르쳐 준 후 배운 아이가 고맙다고 했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는 아이들도 많고요.

 
수동적으로 앉아 있던 아이들이 스스로 모르는 걸 묻고, 아는 걸 가르치게 되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마법 같은 놀라운 변화가 어떻게 일어난 것이라고 보시나요?




 
교사가 앞에 서서 아이들을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이끌어 가야만 하는 수업 형태 때문 아닐까요? 누구나 남이 시키는 일은 하고 싶지 않잖아요. ‘방 청소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가 ‘방 청소 좀 해라!’ 하고 잔소리를 하면 그 순간 하기 싫어지는 느낌 아시죠?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거기다 모둠 활동을 통해 아이들끼리 무언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주기 때문에 서로서로 소통하는 과정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거고요. 그래서 ‘거꾸로교실’ 함께 하시는 선생님들이 모이면 항상 ‘소통과 협력’을 제일 강조해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변화도 클 것 같아요. 실제로 거꾸로학습으로 수업 방법을 바꾸신 후 어떤 점이 달라지셨나요?


 
아직도 첫 수업에서 느꼈던 그 충격과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잘할 수 있는 아이들한테 그동안 입 다물고 지옥 같은 ‘수학 시간’을 버티라고 강요해 온 건 아닐까 싶어서요. 그런 점에서 ‘거꾸로교실’의 문을 연 것은 교사로서의 제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6월말에 KBS ‘21세기 교육혁명 - 미래교실을 찾아서’를 제작한 피디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다큐를 보고 고등학교 수학에 거꾸로교실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일종의 서포터즈 역할을 하게 됐는데, 전국 각지에서 열두 명의 교사가 모여서 워크숍도 하고 수업에 대해 여러 이야기도 나누게 됐어요. 그 후에 전국 교사 대상으로 1박 2일에 걸쳐 캠프도 열게 됐고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호응이 정말 너무 놀라웠어요. 지금까지 5차에 걸쳐 각 100분씩 캠프에 참여하셨는데, 그중 10%에 해당하는 50분의 선생님들을 우리는 ‘주번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아이들 주번처럼 이런저런 일들 열심히 하는 분들이라서요.(웃음) 그 선생님들과 요즘도 활발하게 수업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그게 정말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요.
 

‣ 2014년 6월 ‘KBS 파노라마’에서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특집(PD. 정찬필)을 3부작으로 방영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다시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1부 ‘거꾸로 교실의 마법’
 
- 2부 ‘가르침 시대의 종말’
 
- 3부 ‘진짜 세상을 향한 교실’ 

인터넷의 카페 같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어떤 교사가 오늘 이렇게 수업했다고 후기를 올리면, 다음 날 다른 지역에 사는 다른 과목 담당 교사가 나는 그 방식을 이렇게 변형해서 수업해 봤다고 올리는 식이죠. 부산의 한 중학교 과학 선생님께서 제가 했던 ‘외우기 활동’을 보시고는 암기해야 할 내용이 많아서 고민 중이었는데, 바로 적용해보겠다고 하시고 그 다음 날 적용하신 후기를 다시 올려주셨어요. 그런 방식으로 학교나 과목에 관계없이 어떤 활동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학습목표를 달성하도록 할 수 있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할까요?


 
학생들이 모둠에서 협업하는 것처럼 그 커뮤니티에서 교사들이 활발하게 협업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소통 자체가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녹화하랴 학습지 만들랴 굉장히 할 일이 많아지셨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정말 힘들긴 해요! 그런데 거꾸로교실 수업을 해 보신 선생님들은 모두 이 수업을 ‘비가역적’이라고 해요. 절대 강의식 수업으로 다시 돌아갈 순 없거든요.(웃음)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거, 그것도 고등학교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돌아가겠어요? 더불어 좀 더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면서 제 마음도 넉넉해졌다고 할까요? 거꾸로교실을 알게 된 선생님들이 그래서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써요.
학생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는 수업 시간만큼은 엄격하게 통제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다시 말해 까다롭고 무서운 여자 수학 선생님이었달까요? 그래서 잘 가르친다는 평가는 받았지만요. 그런데 수업 방식을 바꾸고 나서는 아이들과 유대감이 돈독해졌어요. 강의식 수업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행복이에요. 아무래도 아이들과 1:1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고, 어느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게 되니까 감정적으로도 훨씬 가까워지고 믿음도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거꾸로교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는 가장 먼저 ‘과연 요즘 학생들이 동영상 강의를 다 듣고 올까?’라는 의심이 들었어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아까도 잠깐 언급했듯이 거꾸로학습의 핵심은 동영상 강의가 아니라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또는 협력적인 학습이에요. 물론 실제로 많으면 2/3, 적으면 1/2 정도의 아이들만이 동영상 강의를 듣고 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강의는 언제나 아이들의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 주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해 줘요. 한 번 들어서는 모르는 내용도 원할 때 언제든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동영상 강의를 안 보고 온다고 아이들을 혼내거나 강의 듣는 것 자체를 평가 요소에 넣지는 않아요. 다만, 동영상 강의 안에 퀴즈를 넣는다든지 모둠 전체가 강의를 보고 온 경우 쿠폰을 준다든지 소소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유도는 하고 있죠. 또 수업 시간에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하고요. 즉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는 여건은 지원해 주되 교사나 학생이나 거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 모둠을 수준별로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는데, 고등학교 수학 정도가 되면 학습 결손이 심한 아이들이 꽤 많잖아요? 그런 경우 동영상 강의를 보는 것만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맞아요. 그런 이유에서라도 동영상 강의는 보조적인 도구에요. 저는 학습지를 만들 때 학습 결손이 심한 아이들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꼭 신경 써서 넣어요. 문제를 수준별로 구성하는 거죠. 최소한 개념이라도 이해하고, 예제만이라도 풀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결국 수업의 목표가 아이들의 성취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그런 개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 거꾸로교실의 큰 장점이에요.

 
또 거꾸로교실에서는 교사가 강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수업 방식으로 느낄 수도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 어떤 방법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셨나요?


 
거꾸로교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 주면서 이렇게 공부할 때 어떤 점이 좋은지를 설명했어요. 어떤 학습 방법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 주면서 친구 가르치기가 사실은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려 줬죠. ‘수집가’도 그때 모집한 거예요. 실제로 수집가 활동을 한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큰 폭으로 향상됐어요.
  
‣ 거꾸로교실을 수업에 적용하시기 전에 읽어보시면 좋은 서적들입니다.
 (좌) 『당신의 수업을 뒤집어라』, 조나단 버그만, 아론샘즈 저, 임진혁 외 역, 시공미디어, 2013
 (우) 『플립러닝 성공전략』, 한국U러닝연합회, 콘텐츠미디어, 2014
 
 


 
한편으로는 학교 관리자분들이나 동료 교사들, 같은 학년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신경 쓰다 보면 실제로 시도할 때 좀 주저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실제 진행해 보신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도 그 부분이에요. 모든 사람의 시각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수업 시간에 강의를 안 하면 교사는 대체 무엇을 하느냐?’, ‘교실이 왜 이렇게 소란스러우냐?’ 이런 비판적 의견도 있고, 특이한 거 한다고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있죠. 제 경우는 우리 학교가 혁신 학교라서 수업 방식의 변화를 권장하는 분위기 덕에 좀 수월했죠. 그래서인지 이번 9월부터는 1학년 수학 선생님들께서 마음을 모으셔서 세 분 모두 거꾸로교실을 실천하고 계세요. 이렇게 동학년, 동과목 교사들이 함께 거꾸로교실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들 하세요. 1학년 수학 선생님들도 대만족하고 계시고요. 결국은 한번 해 보자고 설득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해요.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어렵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교사들과 지혜를 나누어야겠죠. 그래서 지역별로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저런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니까요.
거꾸로교실을 시도하는 선생님들이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 같은 건 없나요?



 
가장 먼저 어려워하시는 건 동영상 제작이에요. 그런데 저희 캠프나 연수에서 30분에서 1시간이면 동영상 제작 전부 배울 수 있어요. 요즘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툴도 많고, 프로그램도 간단해서 한두 번 해 보시면 금방 익힐 수 있는데 나이가 있는 분들은 이걸 정말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이건 정말 어렵지 않아요! 사실 하다 보면 교과 특성이나 해당 차시의 목표를 고려해 수업 활동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 더 어렵죠.

 
‘거꾸로교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선생님들은 어디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나요? 아까 말씀하신 워크숍이나 캠프, 원격연수 등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전에는 소규모 커뮤니티로 있다가 최근 ‘미래교실네트워크(http://www.futureclass.net/)’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어요. 여기에 오시면 원격 연수나 1박 2일 캠프 등에 대해 알 수 있어요. 교사들이 제작한 동영상이나 다양한 자료도 업로드 되어 있어서 참고하실 수 있고요. 1월부터 3회 정도 1박 2일 집중 캠프도 준비하고 있어요.
  
‣ (좌) ‘미래교실네트워크’ 홈페이지 내부에 개설되어 있는 거꾸로교실 (단체)연수신청 웹페이지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이동하시면 됩니다.
 
‣ (우) ‘행복한연수원 에듀니티’ 홈페이지 내부에 개설되어 있는 거꾸로교실 (개인원격)연수신청 웹페이지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이동하시면 됩니다.
거꾸로교실 덕분에 굉장히 바빠지신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어떤 계획 갖고 계신가요?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제가 연수기획팀장을 맡고 있어요. 이제 더 열심히 전국 방방곡곡 선생님들께 거꾸로교실에 대해 홍보하려고 해요. 일단은 1월에 개최할 캠프에 대해 많은 교사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죠.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선생님들이 거꾸로교실에 관심을 갖고 호응을 보내 주시는 건 사실 교사들이 그동안 얼마나 구체적인 혁신 방법에 목말라 있었나를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교사라면, 누구나 당연히 학생들이 잘 배우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바빠질 것 같네요.(웃음)

 
 
 
다양한 학습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고등학교 수학’에선 안 통한다고 느끼셨다는 이해영 선생님은, 거꾸로교실 이전에는 공부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학교가 아이들이 행복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게 되셨다고요. 수업이 행복하면 생활도 행복해지고 학교 폭력 같은 문제도 덩달아 누그러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선생님, 거꾸로교실의 첫 수업을 떠올리시며 그때의 감동을 또다시 느끼시는 선생님의 표정에서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옷깃을 여미어 봐도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하기 어려운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이번 겨울, 이번 방학 어떻게 보낼까 계획하고들 계신가요? 교실은 곧 교사의 강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거꾸로교실’처럼, 여러분도 올 겨울 발상의 전환으로 좀 더 혁신적인 새해 계획 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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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15-03-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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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cher's Day Interview. 선생님의 선생님 이야기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게 하는 프로젝트 학습법 - 정득년 선생님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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