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방담 <담파> - 제5화 "학생 폭력"을 말하다   2012-09-20 (목) 22:19
관리자   2,153

 
담벼락에 붙어있는 파리처럼~!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청소년 방담 담파는 10대들을 찾아가 자유로운 수다판을 만듭니다.
이들이 마음껏 떠들 수 있도록 조용히 뒤로 물러나, 그 솔직한 속내를 들어 봅니다.
담파에서 나눈 생생한 이야기들이 좋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작은 씨앗 되기를 희망합니다.
  ※ 담벼락에 붙은 파리(fly on the wall)이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들이 의식하지 못할만큼 조용히 엿듣는 것을 뜻하는 말
 
 
 
 
 
 
 
 
제5화  “학생 폭력”을 말하다
 
2012년 4월 14일 오후 사당동 O 레스토랑
 
학교폭력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허나 이 목소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라기보다는 기성세대와 교육당국의 목소리인 듯하다. 과거 만났던 많은 십 대들은 “학교폭력이요? 별로 실감 안 나는데요.” 하거나 “다 쓸 데 없는 짓이죠.” 하고 체념하듯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폭력과 자살 문제를 가지고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는 한울을 알게 되면서, 이 문제에 관해서 고민을 해 본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성은 뮤직비디오 만드는 작업에 배우로 함께 참여했던 친구이고, 한진은 그 영상제작 모임 구성원의 후배, 다현은 SNS를 통해 이런 방담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이 원하여 참석하게 된 친구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어쩌면 오해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해결의 실마리에 대해서 귀기울여 보자.
(굳이 제목을 '학교 폭력'이라 하지 않고 '학생 폭력'이라 한 이유는, 우리가 교사의 폭력이나 학교 당국의 폭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밝혀 둔다.)
 
 
등장인물 :
김다현 _ 경기 한국애니메이션고 3학년 
: 한겨레신문 학생기자로 취재 기사를 쓰고 칼럼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좋은 교사로부터 기억에 남는 교육을 받은 경험이 유독 많은 탓에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교육정책에 관심이 많으며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만큼, 이날 엄청난 자료뭉치를 가지고 나타나 참석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한울 _ 서울 상문고 3학년
: 중학교 때 문제집 '인강'의 인트로 페이지에 매료되어 영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청소년방송단 활동에서 만난 10대들로 구성된 영상제작 모임 MIC(Make Invent Create)에서 '크리미널 스쿨(Criminal School)'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고, 본인이 오랫동안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해 온 것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해 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류한진 _ 서울외국어고 2학년
: 방담 참가자 중 유일하게 '방송'과 관련이 없는 사람.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질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을 보다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길러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학교 힙합 동아리에서 '랩'을 담당하고 있지만 의외로 장래희망은 '국어교사'이다. 
조준성 _ 서울방송고 2학년 
: 한울과 같은 MIC 회원이며 「크리미널스쿨」 뮤직비디오에 배우로 출연했다. 중3 시절 공부에 '취미도 없고 흥미도 없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고민한 끝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송고에 진학하게 되었다.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실습 같은 건 무척 열심히 한다고. '책을 많이 읽진 않'지만 책을 좋아하고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꿈도 꾸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니 방송작가 일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유감스러운 것들
 
교바사   우선 한울에게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안 물어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앞에 항상 '공익'이라는 말이 붙던데 어떤 의미예요? 
 
한울   J일보에서 붙이라고 했어요. 비영리 쪽으로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면서요.
 
교바사   아…. 특별하게 붙인 이유가 있는 줄 알았어요. 반응이 좋은가 봐요. 한울 군 이름도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더라고요.
 
한울   네, 그런 것 같아요. 요즘 국회의원들한테도 연락이 많이 와요. 교과부 정책간담회 같은 것도 참석 요청이 오고요. (호오….) 같이 만든 친구들이랑 그냥 올려보자 하고 새벽에 올려 본 건데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죠.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현   저희는 라디오를 만든 적이 있어요. (호오….)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해서 한 4회까지 만들었는데요, 트위터에서 리트윗 요청하고 별짓을 다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더라고요. (모두 웃음)
 
교바사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학생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자리도 그런 의미에서 만든 자리이기도 하고요. 당사자들의 의견과 생각들을 듣고 싶은 거죠.
 
다현   그런데 이번 새누리당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관련 정책 보셨어요? (네.) 저는 너무 놀라서…. 
 
교바사   어떤 점에서요?
 
다현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강경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경찰이 보호감독을 한다든지 학교폭력 사안을 생활기록부에 누적 기록한다는 것과 같은 처벌이요. 게다가 10년 동안 그 기록을 가지고 있겠다니!
 
교바사   대부분은 이미 교과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종합대책에 들어가는 내용들이지 않아요?
 
다현   맞아요. 어쩌면 실수일 수도 있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도 인생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 식으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강경한 것 같아요.
 
한울   그런데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기 전에 합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줘요.
 
한진   (다현이 뽑아 온 인쇄물들을 보며) 저도 좀 볼 수 있어요?
 
다현   네, 여기.
 
교바사   제일 첫 항목에 '교장 권한 강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해요?
 
다현   교장이 학생을 얼마나 안다고요…. 그냥 늘 하던 대로 생색만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울   학교폭력 피해 설문도 1년에 세 번인가 한다고 했잖아요? 제대로 전수 조사가 될 지 의심스러워요. 피해 학생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해 줘야 하는데 일진 애들이 뒤에서 째려보면 못 하는 거죠. 그래서 인천교육청에서는 설문지를 다 집으로 보내서 제출하도록 했다더라고요.
 
다현   저희들과 관련된 정책은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당사자 이야기는 안 듣고…. 솔직히 목소리를 들으려는 조금의 노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바사   요즘 신문 방송을 보면 학교폭력 문제를 '일진' 문제로 보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준성   솔직히 담배피고 술 마시는 친구들 있어요. 근데 얘기해 보면 정말 나쁘지가 않아요.
 
다현   오히려 일진 애들이 진짜 순수해요. 제가 중학교 동창회 때 소위 '일진'이었던 여자애를 만났어요.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통고를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모임 장소를 이동하는 중에 저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인데요, 자기가 고민이 너무 많대요. 뭘 하고 살아야 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고요. 좀 안타까웠어요.
 
한진   (일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잘못돼서…. 사람이 언제든지 가치관이 바뀔 수 있는 것이고, 그걸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일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너무 비뚤어져서 서로 쉽게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는 거죠.
 
준성   저는 계급이 있다면 '중급' 정도라고 생각을 해요. (모두 웃음) 제가 소위 '일진'들과 같이 다니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 실제로 만나 보면 심성이 나쁜 애들은 아니에요. 군중심리에서 장난친 건데 피해자가 못 견디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제 생각에는 진짜 나쁜 생각을 가지고 나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진짜 소수이거나 없거나 한 것 같아요.
 
다현   중학교 때 저희 학교 일진들이 단체로 이종격투기를 배우러 다녔어요. 그런데 이종격투기 관장님께서 이 아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하시더라고요. 담배를 피우거나 싸우면 체육관에서 뺑뺑이 돌리시고….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이종격투기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서 전국대회에서 수상하고 체육교육과 특전을 얻었대요. 남들과 다른 길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 학교와 사회는 개인의 능력을 많이 무시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누구든지 잘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는데 말이죠.
 
한울   '책임교육'은 말로만 하는 거고, 공부 못하면 학생을 쉽게 포기하는 곳이죠, 학교는. 
 
 
생. 일. 빵.
 
교바사   학내에 여러분들이 보기에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폭력적인 문화가 있나요?
 
한울   얼마 전 한 피해자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생일빵' 있잖아요? 1년 전에 이 친구가 당한 거죠. 운동장 한가운데 눕혀 밟아서 피 토하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또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 두렵다고…. 
 
한진   수위의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생일 축하한다!” 하면서 툭 칠 수는 있잖아요? 근데 중학교 때 정말 심한 경우를 본 적이 있어요. 조회대에 한 친구가 서 있는데 어떤 친구가 뛰어가서 발로 등을 차더라고요. 그 친구가 넘어진 사이에 여러 명이 달려들어서 때렸는데 얼굴이 부어 있고 피가 나고…. 그런데도 애들이 웃으면서 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당하는 사람은 그런 기분이 아니라는 거죠. 본인들도 그렇게 피해를 받아 봐야 피해 학생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다현   저는 여학생이라 '생일빵'을 거의 안 해요. 근데 그런 폭력이 친한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싫은 건 분명하게 말해요. 그리고 정말 기분이 나쁘면 그 자리에서 즉시 말해요. 그렇게 표현하고 나면 엄청 후련해져요. 그리고 친구가 조심을 하죠. 그런데 의외로 자기 의사 표현을 못 하는 아이들이 많고 대부분 자기 감정을 많이 숨기고들 사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갑자기 폭발하기 쉽죠.
  
한울   어찌 보면 못하는 게 아니라 왕따를 당하는 게 싫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학교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생일빵' 어떻게 좀 하자고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선생님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더라고요. 선생님이 나섰다가 맞은 친구가 왕따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은 교내 방송으로 ‘학교 폭력은 나쁜 것입니다’ 하고 마시더라고요.
 
준성   저는 생일이 지난 지 며칠 안 됐어요. 정말 그렇게 심하게 맞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도 없었어요. (모두 웃음) 왜 기분이 좋았냐면, 보통 '생일빵'이라는 게 일방적으로 때리거나 맞기만 하고서 끝나기 마련인데, 제 생일날엔 애들이 때리고 나서 생일 케이크도 해 주고, 방송으로 생일 축하를 해 주더라고요. 솔직히 맞을 때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았는데 감동 받았어요. '확실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웃음) 아, 이런 게 정말 좋은 '생일빵'이구나…. (모두 웃음) 
 
다현   저는 친구들 생일 때 A4 용지에 한 글자씩 써서 엘리베이터나 문에 써 붙여 주곤 했어요. 감동받더라고요. (“역시!”)
 
한울   저희는 애들이 생일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요. (공학인가요?) 남고요.
 
준성   에이, 남고니까…. 
 
한진   남고는 그렇죠.
 
준성   남고는 싸워도 제대로 싸우고, 정말 '확실하게' 왕따가 있어요. 근데 공학은 그 인원에서 또 남과 여로 갈리니까 서로 되게 친해지는 것 같아요. 
 
다현   저희 반에는 여학생 열아홉에 남학생이 네 명 있어요. 그러니까 그 넷이서 똘똘 뭉쳐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애들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게 보인다는 거예요. 여자애들이랑 있으니까.
 
준성   저희도 남녀합반인데 인정해요. 점점 동화가 되더라고요.
 
교바사   정말, 남녀공학에 그런 장점이 있다고는 생각 못 해 봤네요. 이참에 남고 여고들을 공학으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웃음) 
아까 한울이 말한 것처럼 학내에서 어떤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처벌이든 중재든 학교도 어떤 노력을 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점들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 보고 싶어요. 
 
 
화해시키는 학교
 
한진   어느 날 저희 학교 벌점 원칙을 봤는데 '쌍방 폭력 시 벌점 60점'이라고 써 있고 그 밑에 '50점이면 퇴학'이라고 써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저희는 싸웠다 걸리면 바로 퇴학인 거예요. (웃음, "진짜요?" "심하다….") 애들이 솔직히 안 싸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서로 쉬쉬하기도 하죠. 
 
다현   우리는 인간이고 감정이 있잖아요. 화나는 것도 싸우고 싶은 것도 하나의 감정인데 그걸 억제하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요. 학교폭력은 애들의 암묵적 동의 하에 모두들 입을 다무는 거예요. 지나다가 누가 맞는 게 보여도 내가 신경 쓰면 나도 어떨지 모르니까 피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나도 간접적 가해자가 되는 거예요. 근데 어른들을 그런 걸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보니까요.
 
한울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인이나 증거를 요구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려워요. 증인을 잡는다고 해도 입을 다물어 버리면 끝이고요. 다현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지만 물리적 폭력 같은 것 있잖아요. 그런 건 처벌을 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경미한 것은 화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도 말이죠. 얼마 전에 피해자로서 화해권고위원회에 나갔거든요. 
 
교바사   그래요? 화해권고위원회라는 것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한울   둘이 어떤 심정인지 다 물어봐요. 가해자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미안함을 많이 느끼라는 거죠. 피해자도 가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요. 민간인 두 명과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민간인 한 분이 사회를 보고 변호사는 적기만 하더라고요. 우선 들어가기 전에 서로 하는 말에 끼어들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들어가요. 무엇보다 학교에서보다는 서로 으르렁거리지 않죠, 법원이니까.
 
교바사   가해자 처벌 강화에 대해서 주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울   제가 가해자로서 처벌을 요청해도 학교에서 결정되는 처벌은 항상 좀 약했어요. 가해자들이 저에게 했던 일들이 의자를 던지거나 고가의 물건을 훔쳐가는 것 등이었는데, 합의서를 쓰는 과정에서 또 폭력이 이루어졌거든요? 점심도 못 먹게 아이들 앞에 저를 앉혀 놓곤 했어요. 그런데 그 처벌이 교내 봉사 7일 정도에 그친 거예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증거가 없어서 안 된다는 거죠.
 
한진   어른들이 볼 때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왜 나만 당해야 하지?' 할 수 있는 거죠.
 
한울   저는 개인적으로 교내봉사 같은 처벌이 마음에 안 들어요. 직접 사과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교바사   교내봉사 처벌을 받게 되면 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되나요?
 
한울   복도에 붙은 껌을 뗀다거나 화장실 청소하기, 쓰레기 줍기….
 
한진   그것도 걔네들이 직접 하는지 안 하는지는 알 길이 없죠.
 
준성   제가 교내봉사를 해 봤어요. (모두 웃음) 저는 그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이 휩쓸렸던 건데…. (“에이….”) 정말이라니까요! 그래서 저만 교내봉사를 했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사회봉사랑 특별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까 '다시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하는 것 같았어요. 특별히 느끼는 것은 없어도요. 
 
한울   개인적으로 교내봉사나 사회봉사는 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어요.
 
다현   단절하는 걸 위주로 가는 거죠, 지금의 처벌은.
 
한울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키는 사례가 있었어요?
 
준성   저랑 친구랑 싸운 적이 있어요. (모두 웃음) 진짜 친한 친구였거든요? 저한테 놀리는 말투로 말을 하길래 저도 '말×××'라고 놀렸어요. 근데 그날따라 이놈이 막 욕을 하면서 주먹을 날릴 듯이 하는 하더라고요. 선생님이 끝나고 내려오라는 거예요. 근데 갑자기 선생님이 저희를 와락 껴안는 거예요. 안겨 있는 그 순간에 웃음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다현   저 중학교 때도 그런 걸 시킨 선생님이 있었어요. 남자애들끼리 싸우거나 하면 서로 껴안고 있으라고 그랬어요. 가만 보니까 애들이 싸웠는데도 껴안고 있다가 웃더라고요.
 
준성   정말 그래요. 그러고 나서 교실로 올라가면서 "우리가 왜 싸웠지?" 하는데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저랑 친구랑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계단에 앉아서 한참 웃었어요. 
 
 
작은 학교와 예술교육이 답이다
 
교바사   이야기를 나눠 보니 여러분은 학교폭력 문제나 해결책 같은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본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이 좀 나아지겠는지 혹시 생각해 본 것들이 있다면 말해 보죠. 
 
다현   운 좋게도 제가 다녔던 학교들은 모두 학생 수가 적은 학교였어요. 초등학교는 3개 반, 중학교는 5개 반, 지금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는 4개 반 밖에 없어요. 서로서로 잘 아니까 그렇게까지 폭력사태가 불거지진 않더라고요.
 
한진   제 친구 학교는 한 학년이 700명이에요. 그러면 전교생이 2100명이잖아요. 서로에 대해서 절대 알 수가 없는 규모죠. 그러니 자기가 잘 모르는 어떤 친구에 대해서 아는 친구가 한 마디만 해 줘도 '아, 걔는 그런 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현   소인원 학교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제 경험에 의하면 약간 장애가 있는 애들도 있고 일진도 있었지만 그들조차 모두 동네 친구니까요. 일진인 누가 친구를 괴롭히면 "너 왜 그래…. 같이 잘 지내야지." 할 수 있는 거죠. 
 
교바사   지금은 반에 몇 명 있어요?
 
다현   23명이요. 저희 고등학교는 일진이 없고 학교폭력이 거의 없는 학교거든요. 
 
교바사   다른 학교는 어때요?
 
한진   한 반에 35명이 있어요.
 
한울   저희는 42명이요. 
 
교바사   하하. 점점 많아지네요?
 
준성   저희는 전공이 나눠져 있고 저희 과에 두 반밖에 없으니까 그 안에서 3년 내내 계속 보는 거죠. 그러니까 전교생이 저를 다 아는 것 같아요. 왕따 같은 게 있다고 해도 애들이 다 같이 놀거든요. 게다가 저희 학교는 여자가 많거든요. 그러니 싫어도 다 같이 어울릴 수밖에 없고, 학교폭력도 별로 없고. 
 
다현   (작은 학교가) 인성교육에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준성   진~짜 좋아요. 학급 인원이 적어지면 싸움이 적어지는 것도 있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는 거예요. 많으면 무관심하지만 적으면 관심이 생겨요.
 
다현   초등학교 때 A랑 B랑 싸웠어요. 그때 선생님이 잘잘못을 따지시지 않고 학급재판을 열겠대요. 학생 2명이 나와서 한 명은 A의 변호사, 한 명은 B의 변호사가 되라고 하고, 나머지는 배심원이 됐어요. 저는 A의 변호사 역할이다 보니 그 아이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정말 그 아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학급 아이들도 사건에 대해서 양쪽의 입장을 더 잘 알게 되고요. 
 
교바사   문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을 택하신 거네요.
 
다현   네. 학교폭력 문제는 일단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학생이라는 특수한 신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교육'의 차원에서 해결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애들도 다 생각이 있거든요? 물론 가해 학생이나 피해학생 입장의 경우가 좀 다르겠지만, 일어나고 난 뒤에 처벌하는 방식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적인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교육을 할 때 아이들의 감수성을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크게 가슴속에 남을 수 있도록요. 제가 중3 말에 담임선생님께서 매일매일 학급 신문을 만들어 나눠 주셨어요. 본인의 이야기나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처음에는 ‘이게 뭐야? 그냥 갖다 버리지….’ 했는데 선생님 이야기, 애들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감정 동요가 많이 됐고, 참교육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한진   우와, 저희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도 그러셨는데! 그 선생님 보면서 ‘나도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울   선생님도 다 다르기 때문에…. 저도 2학년 때 그런 선생님 계셨거든요? 혹시 '마니또' 해 보셨어요? 그런 걸 하는 게 폭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현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학교에서 하는 예술교육이에요. 저는 폭력이나 상처를 예술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엘 시스테마' 같은 사례도 있잖아요. 예술교육이 확대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교육이 실현된다면 학교폭력 문제는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하는 갈등해결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 연극치료 같은 걸 하잖아요? 가해자와 피해자 화해 차원에서 그런 걸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교바사   정말 생각을 많이 해 봤나 봐요. 우리가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려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폭력 얘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학교가 좀 더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오늘 못 다한 이야기가 있거나 학교가 행복한 공간을 만들이 위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 주세요.
 
다현   저는 그냥 학생들이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고 예술이랑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준성   저는 학원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모두 웃음) 힘 안 들이고 학교에서만 해도 갈 놈은 다 가거든요….
 
교바사   학원 다 다니지 않아요?
 
다현, 한울   안 다녀요.
 
한진   저만 다녀요. 괜히 미안해지네요.
 
준성   저는 학원을 다녔었거든요? 인문계 애들이랑 그룹과외도 했어요. 근데 인문계랑 진도가 전혀 안 맞아요. 저희 학교가 시험이 어려운 게 아니고요. 그럼에도 제가 공부를 못하는데, (모두 웃음)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학원을 다니면. 
 
한진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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